bookDB

※ 놓치기 아까운 좋은 책을 발굴하기 위해 인터파크에서 실시한 ‘굿북 프로젝트’ 1기 최종 선정작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북DB 독자를 위해 옮깁니다.

​

​

​

☞ 좋은 책이 필요한 분에게 드리는, 굿북 처방전

 

● 한 줄 처방전
“버드맨(Birdman)이 되고 싶어”

​

● 성분
- 흥미로움 ★★★    “새의 시선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 트렌디함 ★★      “철학이 트렌디하기는 아무래도……”
- 아름다움 ★★★★  “앓은 다음에야 아름다워지는 미학”

​

● 이런 독자에게 좋아요
- 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 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살며시

​

● 복용 시 주의 사항
- 철학이라는 제목에 너무 겁먹지 말기. 난해한 철학이 아니라 ‘짧은’ 철학이니까.
 
● 발행처
- 무조건 아름다운 책을 편애하는 독서가 희씨

​‘인간으로 태어나 살고 있으므로 인간이라는 종(種)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인간에게는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감각입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세상에는 인간만 있지 않습니다. 온갖 (무)생물이 뒤섞여 살지요. 이를 염두에 두면 인간이라는 종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입장이 얼마나 편협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자연스러운 감각이란 실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요.

​

그래서 때로는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필리프 J. 뒤부아, 엘리즈 루소/ 다른/ 2019년) 같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인간이라는 종의 관점을 상대화하고 객관화하기 위해서요.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너무 쉽게 괴물이 돼버립니다. 오리•멧비둘기•굴뚝새•큰되부리도요•뻐꾸기•거위•유럽울새•암탉•극락조•카나리아•바위종다리•극제비갈매기•독수리•개똥지빠귀•까마귀•방울새•펭귄•제비 등이 우리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도울 거예요. 다르게 표현하면 이것은 새의 관점으로 돌아보는 세상 여행일 수 있을 겁니다.

​

“모든 여행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을 향해서만 접혀 있던 ‘나의 세상’이 조금씩 열린다. 타인을 두려워하고, 밀어내고, 미워했던 마음의 주름도 조금씩 펴지기 시작한다. 여행을 하면 함께 사는 법을 알게 된다.”(122쪽) 철새를 다룬 장에서 저자들(이 책은 조류학자 필리프 뒤부아와 작가 엘리즈 루소의 공저입니다)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의 관점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거기에 굴하지 않고 새의 관점을 더하려는 노력은, 홑눈이 아닌 겹눈의 사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것이 어려운 일임을 알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그렇게 해보려고 애쓰는 인간이야말로 저는 ‘앓은 다음의 아름다움을 얻게 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독자를 미학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잠재성이 깃들어 있어요.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이 아름다운 책인 이유입니다.

​

- 글 : 허희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