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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거장’ 또는 ‘대작가’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사람.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변곡점에 늘 서 있었던 작가 황석영이 온몸으로 써내려간 자전 <수인>(문학동네/ 2017년)을 출간하고 인터파크 북잼 콘서트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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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300여 명의 독자와 함께한 황석영 북잼 콘서트 는 영화감독 변영주가 진행을 맡았다. 특유의 직설 화법과 유머가 빛나는 두 사람의 환상의 호흡으로 콘서트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즉흥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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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한 황석영의 자전 <수인>은 1962년 등단한 후 55년 만에 처음 쓴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을 거쳐 서울에서 자란 유년 시절, 한국 전쟁, 4.19 혁명, 베트남 전쟁, 광주항쟁, 방북과 망명, 그리고 수감 생활까지 격동의 57년이 담긴 이 책이 각별한 의미를 띠는 것은 그의 삶이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압축된 한국 현대사이자 한국 문학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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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황석영 작가는 ‘나와 한국 현대사’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문학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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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자신의 문학은 “외방 이야기꾼과 토박이 이야기꾼으로서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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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식민지 외곽, 만주 장춘이라는 국제화된 도시에서 태어나 해방이 되자마자 평양을 거쳐 서울 영등포라는 산업지대에서 자랐습니다. 일찌감치 디아스포라가 됨으로써 외방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죠. 세계문학이란 결국 유럽식 보편주의의 다른 이름입니다.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토박이 이야기꾼은 제약되거나 말살됐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 시대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단절된 토박이성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해온 것이 저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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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트남전 참전을 통해 우리 분단의 운명과 강대국과의 관계에 눈을 뜨면서 문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광주항쟁은 그의 문학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한국일보’에 <장길산>을 연재하던 시절 농촌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광주에 살며 민주화운동 조직을 이끌었던 그는 광주항쟁이 발발했을 때 우연히 서울에 머물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급기야 작가로서의 삶을 버리고 활동가로 저항 운동에 뛰어들며 급진적인 길을 걷게 된다. 이렇게 인생의 우여곡절이 생기기 시작하고, 해외를 외유하다 돌아와 방북하고, 망명을 거쳐, 징역 5년을 살고 석방되는 파란의 세월을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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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의 이야기는 방북 후 망명을 끝내고 돌아와 체포되는 것으로 시작해 5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1998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는 장면에서 끝난다. 황석영 작가는 <수인>에서 자신의 삶 가운데 3분의 2인 57년 정도를 썼다며, 나머지 생애는 더 숙성시킨 다음 누군가 평전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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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과 투옥을 거쳐서 다시 세상에 나온 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15권의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평한 그는 자서전 쓰기의 어려움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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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을 쓰기 위해 세계 3대 자서전이라는 안데르센, 루소, 크로포트킨 자서전을 다 찾아서 읽어봤습니다. 명자전이라는 게 자기 잘난 거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잘못한 것, 못 미쳤던 것, 창피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모아놓은 거더라고요. 자신의 치부까지도 다 드러내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죠. 사실 초고 원고지 6천 매 중에서 2천 매 정도를 떼어넸는데, 편집부에서 제 자랑한 것은 귀신같이 알고 한두 줄로 줄이거나 뺐더라고요. 나중에 책이 나온 거 보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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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분간의 강연 후에는 변영주 감독과의 대담이 진행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황석영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자랐다는 변 감독은 한 사람의 독자이자 창작자로서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대신해주며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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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올해 자전적 회고를 담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수인>이 동시에 나왔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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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소설을 때려치고 다른 거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속이 헛헛합니다. 마치 간이나 쓸개가 빠져나간 것 같아요. 살아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펜을 들게 만들었던 불꽃같았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문자로 전환되면서 김이 확 샜다고 할까요. 그래도 기운을 내서 내년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죠. 앞으로 85세까지 한 10년은 열심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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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무기의 그늘>도 그렇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쓴 것들이 많습니다. 기억하기 위해 메모를 해놓는지, 아니면 감성적 기억으로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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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후자입니다. 저는 메모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게으른 소설가입니다. 모든 걸 기억에 의존해요. <장길산>에 인물이 3천 명쯤 나오는데, 중반부 넘어갈 때 사람 이름만 벽에 붙여놓았어요. 왜냐하면 죽은 놈이 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으니까.(웃음) 기억력 하나 갖고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무기의 그늘>이 한참 후에 나온 것은 당시 한국 상황과도 맞물려 있어요. 당시 군사정권에 있던 연대장급은 다 베트남전에 참전했기 때문에 그때 분위기로서는 한국군 참전의 도덕성을 비판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3번 중단된 후에 나오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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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 놀라운 점은, 섬이 돼버린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 의 작품이 대륙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곳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판 저 너머, 가시거리가 큰 익숙지 않은 풍경 묘사가 독특한데요.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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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제 작품이 대륙적이라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평론가들은 만주에서 태어난 제 DNA 속에 그런 특질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기론 젊을 때 낯선 고장으로 많이 흘러 다녀 체득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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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수인>에는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선생님께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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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어머니는 아마 결혼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듯해요. 아버지가 죽은 후 나한테 모든 기대를 걸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게 저한테 집중돼 있으니 부담스럽고 싫었죠. 얼마 전 평론가 염무웅 선생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젊어서는 어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다가, 작가가 되고부터는 문학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다가, 결국 문학이라는 집으로 잡혀 돌아오게 됐다’고요. 작가로서 전반부와 후반부를 놓고 보면 그 말이 기묘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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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고등학교 때 <입석부근>이 당선돼 등단하셨을 때 엄마가 해주셨던 말씀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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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어머니가 그 소설을 읽어달라고 해서 두 시간 동안 읽어드린 기억이 있어요. 어머니는 내가 쓴 소설에 대해 칭찬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좀 지루하지만 문장은 좋다’고 하셨죠. 지 팔자 남에게 내주는 일을 왜 하려 하냐고 반대가 심하셨어요. 그 고집을 꺾고 작가가 됐죠. 광주에서 <장길산>을 연재할 때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2층 서재서 내려다보니 창가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돋보기를 쓰고 앉아 신문을 가위로 오리고 계시더라고요. 그때 어머니가 내 생업을 인정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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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장길산> 10권이 막 출간돼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는 시기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쓰면서 활동가로 전향하셨는데요. 어려운 후배들에게 가끔씩 경제적 지원만 해줘도 됐을텐데 그러지 않고 끝내 가장 잘하는 무기인 글쓰기로 투쟁을 결의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죄의식이었나요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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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또 다른 무엇이죠. 자기 인생과 문학을 합치시키려고 노력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죠. 수년간 외국에서 외롭게 망명 생활을 하고, 감옥의 어둠 속에 앉아 있을 때도 전혀 초조하지 않았어요. 나한테 언제든 시간과 펜만 주어진다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옥에서 나왔을 때 집도 다 날아가고 통장 잔고 760만 원이 전 재산이었어요. 사람들은 황석영이 19년 동안 글을 안 썼기 때문에 재기 못한다고들 했죠. 하지만 저는 노름꾼이 새벽 끗발을 기다리듯 독자를 믿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으리라 생각했죠. 그렇게 다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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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 글쓰기의 일상적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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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똑같습니다. 저는 신비화하지 않습니다. 국내나 외국 독자들이나 자주 묻는 질문이 있어요. 글을 어떻게 쓰냐고 물어요. 그래서 제가 준비한 대답이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예요. 그래도 뭐 다른 게 있지 않냐고 또 물어요. 그래서 덧붙이는 말도 준비했습니다. “네. 궁둥이로 씁니다” 그래요. 오래 앉아 있으면 쓰게 돼요. 하늘에서 영감이 벼락치듯 내려오고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보통 사람들의 일상 노동처럼 시시껄렁하게 씁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단순 노동도 10년 넘게 하면 동작도 아름다워지고 나름의 철학도 생깁니다. 하지만 이놈의 소설 쓰기는 달인이 안 됩니다. 지금도 만날 막혀요. 예전 같으면 ‘나는 왜 이리 자질이 부족할까’, ‘자살을 할까’ 그러면서 괴로워했는데 이제는 능구렁이가 다 돼서 일단 피합니다. 오후 4~5시쯤 밖으로 나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24시간 해장국집에 들어가 돼지국밥 하나 시키고 소주 반 병쯤 홀짝거리며 허망하고 허탈하게 있다가 들어가 일단 잡니다. 자고 일어나서 어제 쓴 걸 보면 괜찮은 거예요. 괜히 엄살을 부린 거죠. 돌아서 지나가면 또 방법이 생깁니다. 그렇게 쓰는 거예요. 별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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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후에는 현장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황석영 작가는 자신은 편안한 사람이라며 "아무 이야기나 다 받아주겠다"고 관객들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대작가의 북잼 콘서트답게 초등학생부터 60대 장년층까지 객석을 꽉 메운 독자들은 서로 질문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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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을 20대에 읽었다는 한 관객은 작가로서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작가는 야행성이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출근을 안 해도 되고, 언제든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이라고 했다. 반면 나쁜 점은 시도 때도 없이 이름을 내걸어야 하는 것이라고. 예전에는 절조를 지키며 까다롭게 굴기도 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면서 많이 해이해졌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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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재밌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쓰는지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료 2줄만 있으면 책 2권으로 부풀리는 재주가 있다”며 특히 역사소설은 독자들도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늘릴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길산> 연재 기간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설을 보고 기자들이 ‘황구라’라는 별명을 붙여줬던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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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서 온 독자는 <수인>의 맨 마지막에 짧게 언급된 ‘촛불’의 의미에 대해 길게 듣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황석영 작가는 “탄핵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인>도 그렇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재출간도 박근혜 정권 말기에 진행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랬는데 뜻밖에도 세상이 확 변한 거죠. 사실 한국이 지긋지긋해서 외국에 나가서 취미삼아 일주일에 3일 문 여는 불고기집이나 하며 살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평소 움직이지도 않던 국민들이 느닷없이 분기탱천해서 세상을 바꿔버렸어요. 참 대단하죠? 늘 그랬단 말이죠. 목까지 차오르면 가만히 안 있어요. 이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꼴보기 싫다고 나가버릴 궁리나 했으니, 반성 많이 했죠.” 

<장길산>을 사기 위해 월급을 받으면 미리 서점에 책값을 맡겨놓았을 정도로 애독자였다는 한 주부 독자는 최근작까지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다며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황석영 작가는 근년 들어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죽음을 일상적으로 대하려고 하고 있으며, 자신은 작품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 뭘 남기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광주에서는 5.18 묘역에 자리를 주겠다고 하지만 자신을 5.18에 가둬놓지 말라고 했다며 그저 올해쯤 광주 명예시민증 하나 주면 감사히 받을 용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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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콘서트의 마지막 이야기가 죽음이라는 것이 마치 상징과도 같이 여겨집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요? 아까 초반에 우울하고 몸에서 내장이 빠져나간 것처럼 허전하다고 엄살을 부렸는데, 죽음이 딱 오니까 또 새로운 지평이 열리네요. 이게 작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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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콘서트에서 작가와 독자가 나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숙연하고 아름다웠다. 변영주 감독은 작가의 후반기 20년이 자서전에 실리지 않은 것은 아직 황석영 작가의 필모그래피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북잼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온 황석영 작가. 변영주 감독의 말처럼 그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대표 작가임을 더욱 뜨겁게 확인한 북잼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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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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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진이미회(북DB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