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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설 '더 월'에 보내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출간 일정 관계로 다소 빡빡하게 연재되어 여러분의 눈을 아프게 한 점도 미안합니다. '소설을 읽고 나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외치시는 독자분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허공 가득 소담한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소야는 ‘꿈날개’ 맞은편에 차를 세웠다. 희정의 얼굴은 두 사내의 넓은 등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소야는 그들이 손님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뭐라고 얘기한 뒤 돌아서 나오자...

이번엔 체코 대원이 나섰다. “저는 최 대원의 가차 없는 저격 행위에서 뭐라 할까 얼음 같은 증오심을 읽었어요. 3년 전 사건을 기억하나요? 코리아의 한 남자 대학생이 서해, 서해 맞죠?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 말이에요.

“이 비슷한 사건이 독일에서 일어났지만 성공하지 못했소. 우리가 뭘 배워 가면 좋겠소?” 두 영국인 중 키가 작고 죠지 오웰의 이마 주름을 가진 자가 말했다. 중키에 죠지 오웰의 긴 얼굴을 가진 자는 작은 녹차잔을 만지작거리며 눈은 소야를 향하고 있었다.

소야는 보휘를 돌아보았다. 소야는 이번 일에 공이 지대한 먹물을 떠올렸다. 먹물은 그녀가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송보휘와 함께 최 집사와 지유의 고리를 파악하는 기예를 펼쳤다. 두 사람은 이용가치가 있는 자들이었다. 먹물은 송보휘에게도 유용한 오라비였다.

“화려하군. 최고의 뚜쟁이다워.” 지유가 말했다. “맞는 말이야.” 보휘가 대답했다. “그런데 해신섬유의 박 전무는 왜 빠졌지?” 빈정거리는 말투로 지유가 물었다. “이혼하고 고검장 딸과 사귀고 있거든. 한 번 더 이혼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좋아 보이네.” 지유가 BMW에 기대서서, 다가오는 소야에게 말했다. 그녀는 후드가 달린 커다란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길었던 머리는 짧게 커트되어 있었다. 그 커트 머리는 감춰둔 비장의 카드를 내미는 것처럼 보였다...

“살려줘요.” 시주가 빌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쁜 감정은 없네. 잘 가게.” 빌은 그의 창백한 피부가 유난히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진 않았다. 수잔을 죽게 한 백인놈도 이 따위 피부를 갖고 있었다는 것도. 그러나 죽은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는...

“괜찮아?” 시주는 그 말에 대꾸 않고 보휘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보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차를 타고 가기에 뒤따라 온 거야. 동행한 자가 아주 위험한 여자라서 말이야. 보휘 널 만나러 사무실로 갔었거든...

송보휘는 전 남편에게서 빼앗다시피 명의이전을 해놓은 양주의 별장으로 차를 몰았다. 비는 그쳤지만 젖은 보도는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한 시간여 떨어진 경기 동북부, 인공 숲으로 둘러싸인 스틸 별장의 스위치를 올리자 실내에 고여 있던 어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