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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의 중요한 영역들(국제 무역, 이민, 종양학 등)에서는 복잡성을 감안하고. 이견을 수용하고 참을성 있게 해결해나간다. 그러나 가정생활에서만큼은 치명적일 정도로 안이한 가정을 세우곤 하며, 이 때문에 협상이 오래 걸리는 데 대해 날카로운 반감이 생긴다.

사랑의 도시에서 스코틀랜드인 아내와 중동 출신의 남편은 페르라세즈 묘지에 묻힌 고인들을 방문한다. 그들은 장 드 브루노프의 무덤을 찾다 실패하고 나서 결국 에디트 피아프의 무덤가에서 크로크므시외 샌드위치를 나눠 먹는다. 호텔로 돌아온 그들은 커스틴이 ‘정자 투성이’라 부르는 침대 시트를 벗겨내고

청혼은 어떤 면에서 그가 달려가는 미래와 관련이 있지만, 그 못지않게 그가 벗어나려는 과거와도 관련이 있다. 커스틴을 만나기 몇 달 전에 그는 한 부부와 저녁 식사를 했다. 살라망카에서 대학을 같이 다닌 오랜 친구들이었다. 세 사람은 소식을 주고받으며 활기찬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 시즌에 두 사람은 커스틴의 어머니를 다시 보기 위해 인버네스로 간다. 맥럴랜드 부인은 어머니 같은 친절함(새 양말, 스코틀랜드 조류에 관한 책, 그의 싱글 침대를 덥히기 위한 뜨거운 물병)과, 비록 교묘히 감추고는 있지만 끝없는 호기심을 보인다. 식사 후 싱크대 옆에서나 세인트앤드루 성당의 유적 주위를 산책할 때 그녀의 질문들은 겉으론 무심하지만, 라비는 착각하지 않는다.

라비의 경우 섹스를 둘러싼 어느 정도의 부끄러움과 은밀한 습성은 열두 살 때 시작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사소한 거짓말과 일탈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런 위반 때문에 단 한 번도 원초적인 자기혐오를 느끼진 않았다.

식물원에서 첫 키스를 한 뒤 라비는 두 번째 데이트를 위해 하우가의 태국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식당에 먼저 도착한 그는 웨이터를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가, 바닷가재가 놀랄 만큼 우글거리는 수족관 옆 좌석에 앉는다.

이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커스틴의 아버지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작은 트렁크에 짐을 꾸려 집을 떠난 것으로 그려진다. 10년을 함께 산 아내가 학교에 출근하고 없을 때였다. 그가 남긴 유일한 설명은 종잇조각에 휘갈겨 써서 복도 테이블 위에 놓고 간 미안해라는 한마디였다.

커스틴은 자전거로 반 시간 거리에 있는 포스 만의 포토벨로 해변으로 나들이 가자고 제안한다. 라비는 커스틴이 아는 프린스가(街)의 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렸지만 불안하게 비틀거린다. 그녀에겐 12단 기어와 좋은 브레이크캘리퍼가 달린 체리색 자전거가 있다.

불쾌하게 할까 두려워하고, 그녀의 취향에 대한 확신 없이, 신호를 오인하고 있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지하면서, 그는 그녀에게 최고의 배려와 아주 세심한 관심을 보인다. "죄송합니다만, 자기 우산은 직접 드는 게 더 좋으신가요?"

신혼 초는 물론이고 몇 해가 지나도록 라비 부부는 항상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 "둘이 어떻게 만났어?" 대개 장난스럽고 도리어 듣는 사람들이 들뜬 분위기에서다. 그러면 항상 부부는 이번엔 누가 나서서 얘기할지 정하기 위해 (테이블 전체가 말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때에는 약간 수줍어하면서) 서로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