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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집 이야기』에 이어 『땅콩집 이야기』 2를 연재해 주신 <인터파크 도서>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입시지옥을 겪으며 번민과 방황의 사춘기를 보낸 현직 대학교수의 자기 고백이 『땅콩집 이야기』였다면...

입학식이 끝나자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책상과 의자, 소파들이 들어왔다. 직원들이 와 전화를 개통한다, 수도를 점검한다, 형광들을 교체해 준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어두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냈던 시인이라서 그랬을까? 어쩌면 이렇게 인간사를 통렬히 꿰뚫어보고, 또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진선에게서 사랑을 확인받은 날, 그리고 대학합격의 소식을 접했을 때 떠올랐던 시구가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절벽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

팔딱거리는 심장을 꼭꼭 누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12월 하순 어느 날 오후. 무안 터미널에서 전라일보 한 부를 샀다. 하단의 광고란을 더듬던 눈길이 딱 한 군데에 머물렀다. 광림대학의 교수 초빙 공고. 깨알 같은 활자가 태민의 눈에는 대문짝만큼 커 보였다. 혹시 헛것을 본 게 아닐까 하여 공고란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딴은 그랬었다. 석사 과정에 입학할 무렵, 명재남 교수는 차라리 독일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는 말을 했고, 이씨 또한 뒷받침해 주겠노라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이미 식솔이 딸려 있었고,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나 국내에 들어와 자리 잡는 일이 녹록치 않아 보여 포기했었다.

밤새워 불었던 태풍은 고요한 아침을 몰아왔다. 번민과 갈등의 밤을 새운 다음날부터 태민은 잔뜩 몸을 움츠린 채, 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격렬한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그는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신 과장이 불렀다.

추악한 지식인

시간 강사로서 목양대학과 인연을 맺은 때부터 학기마다 인사 문제가 튀어나왔고, 그때마다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었다. 그럼에도 여태껏 한 번도 ‘교수 공채 공고’를 내 본 적이 없었으니. 일주일이 지난 날, 문 교수가 사무실을 들렀다.

이른바 부천서 성(性) 고문 사건. 주민등록증을 변조하여 위장 취업한 혐의로 경기도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권인숙(당시 23살, 서울대 의류학과 4년 제적)이 이 경찰서 문귀동 경장으로부터 성적(性的) 모욕과 폭행을 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당초 검찰과 공안당국은 권양의 성 모욕 주장은 ‘혁명을 위해 성까지 도구화하는’ 급진 세력의 상습적 전술이라며, 권 양을 매도했다.

충성심에서나, 두뇌에서나 전두환 최고의 충복으로 평가받는 장세동. 12･12 군사 반란 당시 육군 수도경비사령부 제30경비단장으로 전두환에게 협력하였던 그는 이때 장태완 등과의 일전(一戰)도 불사(不辭)하였다고 한다. 그는 육군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장군이 경복궁을 공격하려 했을 때, 탱크 한 대 당 72발씩 포탄을 싣게 하고,

홍일점인 데다 유일한 I여대 출신인 박혜정 교수는 출신 학교로 보아, 신 과장의 묵인하에 최근 임용을 받은 주용대(K대 출신)는 보은(報恩)의 차원에서, 그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리라 판단되었다. 결국 가장 신경이 쓰이는 쪽은 최경식과 오근식이었다. 학과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든 데다 특히 오근식은 태민과 동갑이었고, 조교 채용 때에는 라이벌의 관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