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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수하고 말았다. 올해부터는 5만 원이 넘는 간이 영수증은 받지 않는다는 말을 깜빡 잊고, 철학과 답사 동안 썼던 수백만 원의 학교 지원금에 대한 결과보고서에 5만 원 이상이 기재된 간이 영수증을 잔뜩 붙여놨던 것이다.

학교에 도는 이상한 소문들을 듣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모처럼 조교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던 날, 여자 조교들은 그동안 내가 몰랐던 많은 학교의 흥미로운 소문들을 들려주었던 것이다.

로비로 내려가자 시끌벅적한 학생들 틈 사이로 나이가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은 통통해 보이는 평범한 외모에 정 가운데로 가른 가르마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교직원 식당에서 자주 마주치던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고양이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학교 앞 선물가게 진열대에 놓인 고양이 인형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평소 관심도 없던 고양이상을 한 여후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검은색 고양이 하나가 앞서 걷고 있다. 이미 내게 말을 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다면 미안하다, 나도 말을 걸었다. 하지만 녀석은 무심한 듯 앞만 보며 걷다가, 느닷없이 데굴데굴 구르며 허공에 발짓을 하고는 또 앞서 걷기를 반복했다.

내 시야에 갑자기 뛰어 들어온 누군가의 실루엣에 놀라 난 뒤로 주춤 물러서다가 털썩 엉덩방아를 쪘다. 엉덩이에 전해지는 얼얼함에 난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는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었다.

주말 동안 학교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주라서 다들 학교에서 한 걸음씩 떨어져 있는 듯했다. 영어소설을 읽고 있던 나는 계속해서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낯선 고요에 오히려 집중이 되지 않았다.

샤워를 하다 가슴 언저리에 나 있는 작은 생채기를 발견했다. 못에 긁히기라도 한 듯 붉은 선을 따라 살짝 부기가 올라있었다. 난 엄지손가락으로 상처를 쓸어내렸다. 쓰읍, 쓰라림에 입 밖으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어수선한 내 자취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언제 갈아입었는지 얌전히 잠옷을 갈아입은 채였고, 벗은 옷은 평소와 다르게 서랍장 위에 가지런히 개켜 있었다. 나는 별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흐려 달빛이 거의 없는 날이었다. 자취방으로 가는 골목길은 좁고 가로등도 시원찮아서 곳곳이 검게 얼룩져 있었다. 일찌감치 먹기 시작했던 술은 이미 목까지 차올라서 나는 터억턱 힘겨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