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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설을 읽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선영은 자신의 카드를 확인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네 사람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중이었다. 다들 무슨 카드를 받았을까 재는 게 분명했다. 다라락 다라락. 칩 만지는 소리만 울리는 가운데 선영이 무표정하게 자신의 칩 두 줄을 앞으로 몰아넣었다.

두 사람 모두 그날의 저녁상이 무슨 맛이었는지 몰랐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저녁이 끝나고, 두 사람은 맥주 한 캔을 따서 테라스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재휘는 선영을 자신의 숙소로 초대해 다른 카지노 직원들을 소개하고, 재미 삼아 치는 간식내기 포커 게임에 참가시켰다. 선영은 그날 치킨을 세 마리나 쏘면서 면 대 면 게임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옆에 할아버지가 축하의 눈빛을 보냈다. 선영과 똑같이 베팅을 했던 옆자리 남자도 탄성을 질렀다. 선영은 이길 때마다 잊지 않고 재휘에게 팁을 챙겨줬다. 옆에 사수는 "야, 너 시작부터 운 좋다"며 슬쩍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재휘는 선영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당장 벼랑 끝에 섰으면서 그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그녀의 뜻을 깨닫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선영에게 남길 말은 하나뿐이었다.

경찰에게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니. 강 회장이 자신만만하게 신고할 테면 해보라며 배짱부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선영은 타는 가슴을 붙잡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가 피를 뿜으며 쓰러지던 장면이 또다시 스쳤다.

강 회장은 오 사장의 눈앞에서 현찰 다발을 팔락팔락 넘겼다. 돈 냄새, 강렬한 돈 냄새! 그 돈이 이 가방에도, 저 가방에도 가득하다. 돈의 족쇄를 차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이보다 달콤한 유혹이 있을까.

그러나 운명이란 놈은 어쩌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지. 그 악마와도 같은 도박 병이 다시 도진 것은 가위를 찾느라 무심코 선영의 책상 서랍을 열면서부터였다. 그 안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아내 앞으로 든 보험증권과 교통사고 서류, 그리고 자그마치 1억이라는 돈이 찍힌 통장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그리고 그 운명적인 첫 만남 후 용팔은 아예 미장을 그만두고 정연을 따라 도박판으로 들어갔고, 그로부터 수많은 포커 기술을 전수받았다. 사람들은 둘에게 '이씨형제' 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말이 좋아 같은 이 씨지 촌수로 치면 사돈의 팔촌쯤 될 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