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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6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어둠이 한껏 짙어진 밤중이었다. 시계는 저녁 11시를 가리켰고 삼일주택 주변은 고요했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켜진 불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루었다. 빛과 어둠의 명암만큼이나 두 공간은 확연히 달라, 한 곳에 공존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잠입

사흘 뒤, 조피디는 선신과 함께 삼일주택을 찾아갔다. 아이들이 유기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목적이었다. 잠입형태의 취재였기 때문에 최소의 인원인 특수카메라기자와 건장한 체구의 운전사가 이들에게 따라 붙었다

파출서로 돌아온 우경사는 각 서류들을 정리하고 그 길로 바로 퇴근을 했다. 다음날 새벽에 근무교대가 있었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경사가 퇴근을 하면서 남긴 말이 엉뚱했다.

실종

모두가 손을 놓은 와중에도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우경사가 그랬다. 그는 삼일주택의 야외화장실에서 벌어진 돌연사를 처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초겨울의 찬바람이 매섭던 어느 날, 임신 8개월에 접어든 열일곱 살 다혜라는 소녀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2년 전에 가출을 해서 그때부터 보도방을 전전하며 성매매를 했는데, 주로 인터넷을 통해 남자를 물색하고 조건만남으로 돈을 버는 일이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따지자면 최초 목격자, 철물점 최씨도 다를 것이 없었다. 문상을 간 자리에서 그는 이씨 아내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날 산행도 그가 한사코 밀어 붙인 일이었다.

뜨겁던 소문도 대기의 기온처럼 미지근하게 식어갔다. 시간 앞에서 무뎌지지 않는 것은 없었다. 설령 살인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망각은 익숙한 경험의 마지막 기억에서부터 비롯된다. 더 자극적이거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망각을 걷어낼 이유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절절한 구애에 화답이라도 하듯, 새로운 사건이 삼일주택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이슬비도 오래 내리면 장마가 되는 법이었다. 차츰 소문이 가라앉을 즈음, 새로운 양상을 띤 다른 방식의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소문이었다. 5단지에 사는 한 만삭의 임신부가 부풀어 오르는 배를 이끌고 운동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소문

삼일주택 위에 체육공원이 조성된 것은 언덕 밑에서부터 시작된 1단지 아파트가 7단지까지 들어선 직후였다. 다양한 운동기구들과 현대적 설비를 갖춘 체육시설이 생기면서 언제나 많은 사람이 붐비는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