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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하면서 작가는 매순간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말이 사무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루가 한 달 같았고, 일주일이 일 년 같았습니다.생활과 연재 속에서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잠을 줄이는 것뿐이었으나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저 양반 또 나왔네. 아들놈이 자살하고 정신이 나갔어. 신경쓰지 마. 아들 보낸 어미 맘이 어디 산 사람 마음이겠나.” “자살이요?” “재규라고. 홀어머니 두고 자살을 할 놈이 아니었는데. 에이…. 빌어먹을 놈.”

“우리 이혼해” 한 달 만에 아내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멍하니 서있던 진구가 고개를 돌려 아내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사람 얼굴이 저런 얼굴일까. 아내가 한없이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고가 있고 석 달. 대정전의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서울에서 기자로 이름을 날리던 경욱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쓴 기사하나 때문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그날도 밤샘으로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회사 근처의 백반 집을 찾은 경욱이 칼칼한 갈치조림을 한 숟갈 막 뜨려던 순간이었다.

지난 9월 15일 대한민국에서는 건국 이래 초유의 블랙아웃, 즉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불시에 닥친 정전으로 현재까지 집계된 것으로만 전국의 200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신고금액만 600억 원이 넘는다. 수술이 한창이던 병원도, 땀방울을 흘리던 공장의 기계도, 출하를 앞두고 있던 농장의 닭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퍼붓는 빗줄기를 쓸어내리기엔 힘에 부친 듯 와이퍼가 연신 삐걱거렸다. 진구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젖어들었다. 가로등은 물론, 신호등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자 세상은 암흑 그 자체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정전 속에 의지할 것이라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밖에 없었다.

2011년 9월 15일. 정전이 시작된 건 저녁 7시 11분이었다. 전기가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예고되지 않은 암흑이 도시를 삼키자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사라지자 도로는 마비됐고, 달리던 지하철이 멈추자 혼란에 빠진 승객들은 지상으로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