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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지금 저 남쪽에서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며칠째 저는 태풍을 대비한 준비에 분주했습니다. 토마토며 고추, 깻잎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거름도 주었습니다. 비가 흘러내릴 도랑도 만들었습니다.

원숭이도 모른다

두 달 전 그날 아침 원숭이가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누구지? 아침부터 땀을 흘리면서 우엉을 손질하고 양파를 볶다가 나는 무엇에 찔린 듯 멈칫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 거야? 또 물었다. 두 식구 아침 한 끼 먹는 데 부엌을 떠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으니, 부엌데기인가. 원숭이가 이죽거렸다.

오디 “우라질 년, 하필이면 오디를 사올 게 뭐여?” 방노인은 딸이 만들어준 오디 주스를 앞에 놓고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냉동실에 생 오디를 차곡차곡 넣으면서 딸은 방노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

불꽃놀이 2 「오늘도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공부를 했다.」 일기를 쓰다말고 권모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형광등이 푸르르 떨었다. 시골에 추수하러 가신 할아버지가 오시려면 나흘이나 남았다.

앨범을 펼치는 시간 겨울 해가 깊게 방안을 파고드는 시간,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앨범을 끌어당긴다. 고인 기억의 냄새가 펼쳐진다. 첫 장에는 백일 사진의 아기가 뽀얀 눈송이로 앉아 있다.

불꽃놀이 1 숲길이었다. 아니 진흙 밭이거나 강물 위였는지도 모르겠다. 재희는 안개 속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걷고 있었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그녀의 앞에서 휘적휘적 걷고 있었다. 아마도 저승사자의 역할을 맡은 사람일 것이다.

J에게 카톡! Y야, 만나서 반가웠어. 졸업한 지 벌써 이십칠 년이나 지나다니, 세월 참 빠르지? 지하철에서 널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 카톡! J야, 넌 세월이 비껴갔는지 알아?

늑대가 운다

해넘이가 되면 우리 산동네에는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늑대도 저마다 소리가 다르다. 유난히 힘이 넘치며 뱃속에서 울려나오는 낮고 깊은 울음소리는 뒷집 개가 내는 소리이다.

봉황의 전설

송매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세수를 마친 송매의 얼굴은 달처럼 빛났다. 서산으로 넘어가버린 달이 사립문을 열고 다시 들어온 것처럼 그녀의 모습은 뽀얗고 그윽했다.

굴비

저녁상에 딸이 굴비를 구웠다. 기름기가 반지르르하고 노릇하게 구운 알배기 굴비였다. 딸은 그 굴비를 먹지도 않고 접시만 멍하니 쳐다보더니, 부엌 창틀 위에 옮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