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DB

“우리 집사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비교적 잘 지내고 있는 편이야. 헌데 미안하지만,” 그리고 시계를 흘긋 보며 말했다. “이제 일 얘기로 들어가지. 빨리 집에 가봐야 해서 말이야.”

“제 생각에 마테우스 부인은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살해당한 건 부인이 아니라 마테우스 씨 아닙니까. 거기에 집중하셔야죠. 이 동네 사람들은 이유 없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 저도, 마테우스 부인도 마찬가지고요. 아시겠습니까?”

파일을 덮고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얼마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범인은 안전한 길을 택했던 거예요. 마테우스에게 청산가리를 먹이면 몸싸움을 벌일 필요 없이 확실히 죽일 수 있으니까요. 수완 좋은 놈이에요.

그는 다시 율리아에게로 돌아갔다. 이미 케이크를 다 먹고, 커피도 다 마신 그녀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프랑크가 자리로 돌아와 케이크 한 조각을 떠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찻잔 테두리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어.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당신은 절대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야. 나에겐 그게 유일한 방법, 당신과 이별할 단 하나의 방법이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난 완전히 미쳐버리고 말았을 거야. 하지만 헤어진 후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이 없어. 참 웃기지? 다 지난 일인데 이렇게 생생할 수 있다니.”

“몰라요, 그럴 지도요. 그거야 형사님들이 알아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군의 성장 과정이나 이력에 대해 짧게 말씀해주시겠어요?” “말씀드릴 게 그리 많진 않아요. 우선 그이는 아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시아버지도 은행가셨죠. 그이는 명문 학교를 나와 대입시험도 최고 성적으로 치르고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스물네 살부터 은행에서 일했어요.

페터는 눈알을 부라리며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제기랄”이라고 중얼거렸고, 프랑크는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정말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난다면 그땐 지체 없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야 할 거야.

“뭐가 유명했다는 거죠?” “여자를 밝히기로요. 그것도 젊은 여자들만 골라서 말이에요. 어설프고 뻔뻔한 방법이 아니라 미묘한 방법으로 여자들에게 접근했죠. 처음에는 그분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사람 잘못 봤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은 거예요.”

“안녕하세요.” 율리아가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경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이쪽은 프랑크 형사와 페터 형사, 저는 율리아 뒤랑 형사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한 분 한 분께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무슨 뜻인가?” 베르거가 몸을 뒤로 기대며 물었다.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이 그래요. 범인이 또다시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