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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2화를 끝으로 <고구려5> 연재를 마칩니다. 이번 연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누적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고구려> 집필의 대장정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연재에 함께하며 작가님께 마음으로부터의 응원과 진심 어린 격려 메시지를 보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비겁한 사유

“충분하다 하였소.” “폐하!” “이미 이 땅은 폐허가 되었소. 곡식 한 톨 돌려받을 것이 없소. 무엇을 위해 또 애먼 목숨을 잃어가며 싸운단 말이오.” “그럼 저 적들을 그냥 돌려보낸단 말입니까?” 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겁한 사유

불길이 올랐다. 평양발 북향. 요하 따라 사백여 리, 가을의 풍성한 기운을 머금고 지평선을 넘실거리는 끝도 없는 곡창지대. 보는 이의 마음마저 풍요롭게 만들던 이 축복받은 땅의 끝자락에 검붉은 불길이 올랐다. 거대한...

오늘을 보고, 내일을 보고

축성을 축하하는 연회 자리로 알았던 그 자리는 모용황의 그 한마디와 함께 파했다. 신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은 얼굴로 조정을 나섰고, 모용황의 곁에는 이제 한수와 송해만이 남아 있었다. 텅 빈 조정은 그러고서도...

오늘을 보고, 내일을 보고

극성의 증축을 축하하기 위해 벌인 연회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천하를 지배하며 사치와 향락을 일삼던 시절의 진에 사신을 다녀왔던 사람들조차 지금 눈앞에 펼쳐진 화려함에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모두가 모용황을...

오늘을 보고, 내일을 보고

모용부의 본거지인 창려 극성. 투박하고 간소했던 모용부의 심장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 오히려 화려하고 과장된 건축물로 탈바꿈해 있었다. 채석공들에 의해 일일이 반듯하게 손질된 돌들로 차곡차곡 쌓인 성벽은 하늘을...

다 묶지 못한 매듭

“오지 않았어야 했다.” 의식 깊은 곳 저변을 두드리는 목소리였다. 궁성으로 돌아오며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 퍼뜩 눈을 뜬 무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다 묶지 못한 매듭

“장군, 평양성에 도착하였습니다. 바로 드시겠습니까?" 말머리를 함께하고 있던 부장의 물음에 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유는 무의 스무 번째 승리를 축하하며 도성에 들르면 어떻겠냐는 서한을 보내왔고 무는 고심 끝에 응하여...

다 묶지 못한 매듭

고구려 북방. 무장한 기마병 뒤로 일단의 행렬이 따랐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그들의 손목마다에는 밧줄이 동여매져 있었는데 산발된 머릿결 사이로 드러나는 얼굴이며 복색 곳곳에 핏자국이 엉겨붙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꿈은 징조가 아니다

꿈 얘기를 마친 사유의 눈길이 조심스럽게 정원의 표정을 훑었다. “땅을 잃고 모후를 잃었으니 그 의미는 결국 나라를 잃고 사직을 잃는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사유는 정원의 앞에서 굳이 불안과 초조감을 숨기려 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