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DB

처음부터 이러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동물이 좋았고 고양이가 좋았을 뿐이었다. 스물일곱살에 고양이를 키울상황이 되어 진고를 데려왔다. 그리고 11년, 어느새 우리 집에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주렁주렁 열렸다.

외모로 살아 있는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코깜이를 처음 봤을 때 놀랐다. 너무 못생겨서. 진짜로 못생겨서. 결막염에 걸린 눈은 고름으로 가득 차 있고 길고 삐쭉한 귀 안은 진드기로 더러웠다. 얼굴은 세모나고 등에서는 뼈가 만져졌다.

살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사람이 부러웠다. 성실하게 자신이 해야 할 바를 해내는 사람, 주위의 자극에도 마음이 쉽게 팔랑거리지 않으며 온화한 그런 사람. 깊이 있게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큰 그릇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진고 오빠와 고로 오빠에게는 언제나 당당한 호순이지만 동생들에게는 당하기만 하는 호순이다. 동동이와 코깜이가 괴롭혀도 호순이는 허공에 귀여운 하악질만 내뱉을 뿐 도망가기 바쁘다. 그런 호순이 눈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식사 시간.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출렁거리는 뱃살은 거추장스럽고,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된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처지고 있다. 거울 속의 나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면서 큰 용기가 필요할 때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끝을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진다. 내 발목을 잡는 삶의 장해물들이 먼지처럼 느껴진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의 모습으로 죽음이 다가오면 좋겠다.

추운 겨울날 몸을 한껏 웅크리고 길을 걷다 요염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차장 한편에 삼색 고양이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용케 햇빛이 드는 공간이었다.

우리 집에는 1년 내내 월동 준비를 하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지금 당장 동면에 들어가도 몇 달간 너끈할 것처럼 포동포동 살이 오른 고로와 호순이. 야생에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지방을 축적하려고 하는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다.

진고로호 씨는 요즘 한창 핫하다고 소문이 난 카페에 갔다. 그리고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련된 옷차림의 멋쟁이 핫피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목요일 저녁, 설거지가 쌓였다. 월, 화, 수 3일이나 설거지를 못해서 찬장의 그릇이 모두 싱크대에 나와 있다. 고무장갑을 낄 엄두조차 나지 않아 눈을 질끈 감고 돌아섰다. 방금 저녁밥을 두둑하게 먹은 코깜이가 담요 위에 누워 부른 배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