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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거울 속의 나의 모습과 사진 속의 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 피부는 아직 팽팽하고 야성미도 넘쳐 보이는데, 다른 사람이 찍은 제 얼굴 사진은 머리카락도 숭숭 빠져 있고, 한물간 노인의 모습이 역력하기까지 합니다.

단골의 이점은 무엇보다 남다른 ‘특별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맛에 길들여져서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기보다는 그 가게, 그 사람을 자주 찾아가는 편이지요. 동네 목욕탕의 이발소 아저씨가 제 단골 1호입니다.

장마철 먹구름이 잔뜩 끼듯 가라앉은 제 마음이 가을 하늘처럼 환히 개는 때가 있습니다. 회사 건물에 있는 어린이극장에 입장하려고 나란히 줄 서 있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볼 때입니다. 재잘대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명령’에는 아랑곳을 않고 친구들과 장난치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휴일 아침, 혼자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그 나무는 잘 있을까?’ 그 나무는 산벚나무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널찍한 바위가 있고 또 그 곁으론 시냇물이 졸졸졸 흐릅니다. 전 자주 바위에 누워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보고, 새소리와 시냇물 소리도 듣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아버지께 이 말씀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듣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습니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지 말고 인생을 길게 내다보면서, 한 발 한 발 자신의 걸음을 찾으라는 뜻이겠지요. 그렇지만 정작 그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된 것은 30년의 세월이 지나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