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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녕하신가요. 가을이라고도 겨울이라고도 하기 애매한 계절 탓인지,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허탈함 때문인지, 요샌 자주 걸음이 엉키는 기분입니다. 한 해가 시작될 무렵에는 그 어느 때보다 알록달록 살리라 굳게 다짐했었는데 요즘 제 모습은 시간의 폭격을 맞은 듯 엉망입니다.

‘거짓말’을 부른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GOD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있고 빅뱅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물론 저도 빅뱅보다는 GOD가 먼저 떠오르는 세대입니다만, 이 질문은 어딘가 모르게 뒷맛이 씁쓸한 농담 같습니다.

유례없는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명절이 시작되기 전에는 길어서 좋았던 연휴가, 막상 시작되고 보니 길어도 너무 길다는 생각으로 바뀌더군요. 몸은 쉬고 있으나 머릿속에선 연휴가 끝나자마자 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재생되는 걸 보니, 반 기계가 다름없다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며칠 전 아침이었습니다. 오전 7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밖에서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군요. 화들짝 놀라 창밖을 내다보니 맞은편 주택이 반쯤 부서져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물을 뿌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깨고 부수는 작업이 한창이었죠.

지난달 말, 미국의 작가이자 인권운동가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2015년 발간돼 큰 화제가 됐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속편 격인 신작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 2017년)를 들고서였죠.

지난 주말,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참 반가운 소식이더군요. 묻히고 잊혀서는 안 될 과거를 현재로 재생시키는 힘을 지닌 영화이니까요. 저 역시도 개봉 직후 적잖은 책임감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얼마 전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 쓰기 수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호흡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잔뜩 긴장을 했어요. 평소처럼 종이에 인쇄된 시를 나눠주고 묵독을 해보라고 요청할 수도, 종이와 펜을 나눠주고 떠오르는 단어나 생각들을 적어보라고 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독일의 시인 릴케는 습작생에게 전하는 조언을 담은 <젊은 시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랑 이야기’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너무 흔하고 평범한 것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아주 힘들다는 이유에서요.

지난 주말 밤, 무료하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중이었습니다. 뭐 이리 볼 게 없나 애꿎은 리모컨을 탓하며 맥주나 사러 나가려던 참에, ‘EBS 세계의 명화’ 채널에서 제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얼굴들을 대거 만났습니다. 지금이야 머리카락이 많이 없지만(?) 리즈시절에는 전설적인 꽃 미모를 자랑하던 주드 로,

제가 가장 난처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직업에 관한 질문입니다. 누군가 제게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오거나 직업란을 채워야 하는 순간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학생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일 것 같고, 시인이라고 적기엔 부끄러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 언제나 마땅한 답을 적지 못한 채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기억하시나요. 단풍 든 숲을 걷다 두 갈래 길을 맞닥뜨렸을 때, 시인은 인적 드문, 풀이 무성하여 더 걸어야만 할 것 같은 길을 선택합니다. 가지 않은 나머지 한쪽 길에 대한 아쉬움은 적지 않지만, 먼 훗날 이 선택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노라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 22일,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공연 도중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폭탄이 터진 건 그녀가 마지막 곡을 부를 때였고, 그로 인해 22명이 사망하고 기백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하지요.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이 문장은 권여선 작가의 <봄밤>이라는 소설의 첫 구절입니다. 이 소설을 처음 만난 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여유로운 밤, 행복한 독서를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쳐들었는데 밑도 끝도 없이 저런 문장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