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하늘을 사랑한 ‘어린 왕자’의 작가

참 맑은 날씨였다. 지중해의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따가웠다. 1944년 7월31일 오전 8시45분, 40대 중반의 남자가 정찰 임무를 띠고 코르시카 기지를 이륙했다. 하늘이 너무 맑은 탓이었을까. 귀환 예정시간이 지났지만, 정찰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마지막이었다.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생텍쥐페리는 공군 입대 후 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오가는 우편비행기를 모는 등 모험을 즐긴 그는 자신의 비행경험을 토대로 쓴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등으로 유명해졌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 위의 조종사도 파리~사이공 최단 비행기록을 목표로 날던 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경험에서 탄생한 인물이다. 그는 43년 미국에서 <어린 왕자>를 출간한 뒤 프랑스 공군으로 복귀했고, 정찰업무 중 가끔 항로를 이탈하곤 했다.

생텍쥐페리가 독일군의 공격으로 바다에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실종된 지 50여년 후부터 하나하나 사실로 확인됐다.

98년 프랑스 마르세유 남동쪽 바다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은팔찌에는 생텍쥐페리와 그의 아내 콘수엘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몇 년 뒤에는 당시 실종된 비행기로 보이는 잔해가 발견됐다. 2008년 3월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조종사였던 호르스트 리페스트가 자신이 그날 P38 라이트닝 정찰기를 요격했다고 고백해 진위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늘을 너무 사랑했기에 하늘로 사라진 그를 기리기 위해 75년 11월 발견된 소행성에 ‘2578 생텍쥐페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뿐만 아니다. 98년 발견된 소행성 45 외제니아의 주위를 도는 작은 위성은 ‘프티 프랭스’(어린 왕자)로 불린다. 프티 프랭스는 지구 위 망원경으로 발견한 최초의 소행성 위성이기도 하다.

장미가 곱게 피어 있을 것만 같은 소행성 ‘B612’는 93년 10월 발견된 소행성 ‘46610 베시두즈’의 차지가 됐다. 프랑스어로 B·6·12를 끊어 읽으면 베시두즈이고, 16진수 B612를 10진법으로 환산하면 466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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